현대 설교의 흐름(ⅩⅩⅩⅢ)
조지훈 교수(한세대학교 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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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은정 작성일25-11-21 10:14본문
이성, 직관, 감정을 향한 전인 설교 지향해
체험적 만남을 통한 말씀 경험 강조
이야기꾼으로서의 설교자의 자질 중요해

설교자라면 누구나 은혜로운 말씀을 전하길 소망한다. 그러나 설교를 준비하고 전달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성경에 대한 깊은 묵상과 연구, 철저한 원고 준비, 준비된 원고의 정확한 전달 등등 설교에는 다양한 활동들이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설교 이론과 방법론이 계속해서 연구되고 개발되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설교 이론을 소개하고 설교 방법론을 제시하는 글을 연재한다. 목회 일선에서 오늘도 설교 준비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설교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이번 호에서도 계속해서 흑인 설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헨리 미첼에 따르면, ‘전인’(whole person)을 향한 설교야말로 흑인 설교가 갖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그는 예수님의 말씀,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신 것이요”(막 12:30)을 인용하면서 “뜻”(mind)을 다하는 것이 단순히 인간의 이성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이해(understanding), 감정(feeling), 욕구(desiring)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Henry H. Mitchell, Celebration and Experience in Preaching, 17). 예수님이 우리의 온 존재, 즉 이성과 감성과 지성을 통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명령하셨다면, 설교 역시 인간의 온 존재를 향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첼이 설교를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회중으로 하여금 말씀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이유도 흑인 설교의 특징인 전인 설교와 연관이 있다. 그는 믿음(faith)이 인간 의식의 직관적(intuitive), 감정적(emotive) 영역을 통해 우리 삶에 침투해 들어온다고 생각한다. 직관과 감정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체험적 만남”(experiential encounter)이다.
그러나 미첼은 인간 이성의 기능 역시 간과하지 않는다. 이성 역시 믿음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는 모든 설교가 이해가 되어야 하며 그 이해된 것이 질서정연하게 선포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 의식의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기능도 이성을 통해 이해되지 않는다면 작동되지 않는다. 따라서 믿음은 인간의 이성, 직관, 감정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성, 직관, 감정을 통해 믿음을 형성하게 하는 ‘체험적 만남’이란 무엇일까? 미첼은 체험적 만남을 설교적 계획을 통해 최종적으로 이루어야 할 설교의 목적으로 생각한다. 이성적인 측면에서 설교는 성경의 확언(biblical affirmation)을 이성적으로 그리고 적절하게 배열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청중의 직관적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그들이 성경의 내용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미첼은 그와 같은 회중의 말씀 체험 또는 하나님 체험을 “성령님과 함께하는 설교학적 협업”(homiletical coworkers with the Spirit)이라고 명명한다. 이렇게 설교가 회중의 이성적, 직관적, 감정적 차원을 어루만질 때 전인 설교가 되며 진정한 의미의 말씀의 경험과 경축(celebration)이 일어난다고 미첼은 생각한다.
미첼은 설교에서의 경축의 선포가 설교 결론부의 예언자적 또는 도전을 주는 내용을 제거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경축이야말로 사람들의 행동이 변화하는 중요한 동기 부여의 방식이라고 강조한다(Mitchell, 62). “그러므로 설교는 경축을 지향해야 하며, 그 결론적인 목표가 되게 해야 한다. 이것은 설교 구성과 전달에 있어서도 설교자가 가장 깊이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김운용, “헨리 미첼(Henry H. Mitchell)의 설교 신학에 대한 연구”, 220).
경축이 없는 설교는 복된 소식을 부인하는 것이다. 김운용은 미첼이 주장하는 경축이 포함된 설교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첫째, 감격 속에서 경축을 통해 경험한 말씀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경축을 통해 회중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되고 그 정체성을 성취해 나갈 수 있게 된다. 셋째, 경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된 회중은 공동체로 나아가게 된다. 공동체야말로 경축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이다. 넷째, 경축은 억압과 박탈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해방을 경험할 수 있는 ‘삶의 공간’(living space)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경축은 “설교자가 설교의 준비 단계에서부터 전달까지 행하는 석의, 주해, 설명, 적용, 예화의 활용 등을 포함한 제반 선포의 과정에 있어서 절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김운용, 220-221).
이처럼 이성, 직관, 감정을 향해 복음을 선포하고 이를 통해 복음의 경축을 경험하게 하는 설교의 도구는 이야기라고 미첼은 주장한다. 흑인 설교에서 이야기가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야기야말로 회중의 말씀 경험을 촉발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리차드 에스링거는 흑인 설교에서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흑인 교회는 설교의 이야기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목사를 청빙할 때에도 그 설교자의 이야기 능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리차드 에스링거, 『설교 그물짜기』, 147).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이야말로 흑인 교회에서 설교자에게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인 것이다.
이야기꾼으로서 설교자는 자신의 설교를 이야기 설교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설교는 성경 이야기를 근거로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에 설교자는 먼저 성경 본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전달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에스링거는 강조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야기 설교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설교자 자신이 성령의 감동을 따라 본문으로부터 깊은 은헤를 체험해야 한다. 에스링거는 이것을 본문의 ‘내면화’라고 표현한다. 그러므로 “흑인 설교의 성패는 설교자의 수사학적, 방법론적 기술뿐만 아니라 설교자의 영성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에스링거, 148). 이야기꾼으로서의 설교자는 가장 먼저 성경의 이야기를 삶 속에서 경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교자가 성경 이야기를 경험할 때라야 “비로소 설교는 ‘무로부터’의 창조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설교자와 회중 간의 개인적·공적 경험, 흑인 교회의 설교와 같은 풍성한 설교, 성령님의 역사를 통한 창조 행위가 되는 것이다”(에스링거, 14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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