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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픈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다. > 명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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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픈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다. > 명사칼럼




김승수 전주시장 | 가장 아픈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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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기자 작성일17-09-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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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ungsoo.jpg안녕하세요. 전주시장 김승수입니다. 최근 전주시에 시청이 한 곳 더 문을 열었습니다. 이곳이 벌써 6번째 시청입니다. 인구 66만의 중소도시에 시청이 여러 곳이라니 무슨 말인지 의아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바로 전주시의‘현장시청’이야기입니다. 전주시는 민선 6기가 시작된 후, 시정의 주요 현장 곳곳에 시민과 소통하기 위한 현장시청을 만들었습니다. 시청의 본질은 건물이 아니라, 시민의 삶과 직결된 현장에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시청은 시민들의 편의를 제공하는 단순한 행정업무를 넘어서 현장의 대립과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전주시의 적극적인 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주한옥마을을 시작으로 산업단지, 남부시장, 전주푸드직매장 등에 현장시청을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문을 연 6번째 현장시청은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합니다. 바로 구도심의 오래된 성매매 집결지, 그 한복판에 현장시청이 들어선 것입니다. 집창촌 안에 행정기관이 들어서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일입니다.

 

구 전주역사 뒤편에 성매매 집결지, 일명‘선미촌’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60년 전입니다. 선미촌이 성업일 때는 500명이 넘는 여성들이 있었지만,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로는 찾는 발길이 차츰 줄어들면서 지금은 25개 업소에 50여 명의 여성이 남아 있습니다. 오랫동안 여성의 인권과 행복을 외면해 왔던 곳, 선미촌. 도심 속 가장 어두운 공간, 아픈 상처를 건드리고 드러내는 일은 분명 불편하고 두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두렵다고 고통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전주시는 선미촌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서노송 예술촌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현장시청은 그 본격적인 출발인 셈입니다. 현장시청은 공무원 3명이 상주하며, 주민과 선미촌 건물주, 업주와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재생사업을 추진할 것입니다. 이미 지난해 선미촌 중심부의 폐공가를 사들여 설치미술 전시회를 열었고, 올해는 도심 속 공원, 시티가든을 조성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굳게 닫혀 있었던 금기의 공간에 일어난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선미촌을 포함함 일대 9만㎡에 행복주택을 짓고, 전시관과 카페 등 문화 예술 공간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전주시의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성매매업을 하는 업주들은 당장에 항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시청 현판식이 있던 날에는 여성 1인이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피켓시위를 벌였고, 업주들 여러 명이 현장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습니다. 이것 역시 당연한 일입니다. 60년 동안 터를 잡고 살아왔으니, 그들에게도 대안이 필요합니다. 전주시장으로서 제가 두려운 것 이상으로, 그들도 앞날이 걱정되고 두려울 것입니다. 서노송 예술촌 프로젝트는 그들의 이해와 함께 가야 합니다. 그래서 현장시청에서 업주와 여성들의 고충,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고, 충분하고 반복적인 설명으로 동의를 구할 것입니다.

 

또 전주시는 성매매 여성의 생존권을 위해 해당 여성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전주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는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위한 시설 설치와 운영, 생계비와 직업 훈련비, 의료비, 법률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원 과정에서 여성들의 인권과 안전, 사생활 보호를 위한 배려도 충분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국내 성매매 집결지 정비는 대부분 공권력을 투입한 강압적인 방식으로 해결해 왔습니다. 하지만 선미촌은 문화와 예술로, 대화와 설득으로, 결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갈 것입니다. 어느 한 편만을 위한 재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주는 선미촌을 도심 속 단절된 공간이 아닌,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와 인권의 공간으로 활짝 꽃피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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