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지 않는 목회
김상백 목사(수원지방회 증경회장, 수원 좁은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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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5-04-29 13:32본문
예전에 인솔 교수로서 신학대학원생들과 함께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졸업여행으로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헐몬 산 부근의 유명한 비니아스 폭포를 보러 가고 있었습니다. 더운 날씨였지만, 물이 귀한 이스라엘에서 헐몬 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계곡물을 바라보며, 비니아스 폭포를 만날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일행은 두 그룹으로 자연스럽게 나눠지게 되었고, 가이드가 인솔하는 선두 그룹을 놓친 저를 포함한 후발 그룹은 길을 잃고 결국 비니아스 폭포를 직접 보지 못하고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우리 목회도, 인생도 길을 잃으면, 헛수고만 할 뿐입니다. 목회자의 목회자로 불리는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 목사는 그의 책 『그 길을 걸으라』에서 예수님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 14:6)인데, 길은 삶의 방향이며, 삶의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길과 진리와 생명은 서로 통하는 의미이기 때문에, 길이신 주님이 사셨던 삶의 방식을 저버리면, 진리를 버리는 것이고, 결국 생명을 잃게 된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 신앙과 목회의 길이십니다. 길이신 예수님은 우리 신앙과 목회의 방향을 제시하시고, 삶의 방식을 가르쳐주십니다. 이 길은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습니다. 단순함(simplicity)은 진실하신 예수님 영성의 특징이고, 복잡성(complexity)은 이중적이고 외식적이며, 거짓으로 가득한 사탄의 특징입니다. 예수님께서 가신 그 좁은 길을 걸어가며, 예수님의 목회를 현실 세계에서 실현하는 것이 참된 목회의 길일 것입니다.
먼저 우리 목회 방향이 오직 예수님처럼 하나님의 영광을 향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을 향하는 길이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목회는 항상 하나님을 향해 있었습니다. 주님은 “오직 하나님의 영광”(Soli Deo Gloria)을 위해 사역하셨습니다. “스스로 말하는 자는 자기 영광만 구하되 보내신 이의 영광을 구하는 자는 참되니 그 속에 불의가 없느니라”(요 7:18).
예수님은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는 목회를 하셨기 때문에 항상 참되시고, 그 속에 불의가 없었습니다. 세속화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치는 목회 현장에서 교회의 거룩함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우리 목회자들이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목회 방향을 잃지 않을 때, 참으로 의롭고, 길을 잃지 않는 목회자들이 될 것입니다.
그 다음은 우리 삶과 목회방식이 오직 예수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진정한 제자도(Discipleship)의 핵심은 “예수님이 주인 되심”(Lordship)과 주님께 대한 순종(Obedience)입니다. 목회자이기 전에 예수님 제자로서 주님의 주인 되심을 인정하고 순종할 때, 그 길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인본주의 심리학자인 아브라함 마슬로우(Abraham Harold Maslow)는 “인간 욕구 5단계 설”을 주장했습니다. 그는 인간은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애정과 소속감의 욕구, 4단계 존경의 욕구, 그리고 최종적으로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 욕구 단계는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 있고,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 욕구를 채울 여력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그는 욕구가 충족될 때 행복감을 느끼고, 욕구가 좌절될 때 불행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 영성에서 자아실현의 욕구보다 위에 영적 욕구(spiritual needs)가 있습니다. 이것은 영적으로 성장해서 “예수님과 일치의 행복”을 경험하려는 거룩한 욕구이며, 기독교 영성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라”(엡 4:15).
우리 목회자들이 예수님과 일치의 행복을 누리는 것을 목회와 삶의 목표로 삼고, 계속 영적 성장을 추구한다면, 정말 성숙하고 행복한 목회를 하게 될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이러한 영적 행복이 충만했습니다.
“나의 간절한 기대와 소망을 따라 아무 일에든지 부끄러워하지 아니하고 지금도 전과 같이 온전히 담대하여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게 하려 하나니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빌 1:20-21).
급속한 도시화와 제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있는 대한민국은 이미 하나의 거대한 도시입니다. 도시사회학에서는 우리나라가 90% 이상 도시화(Urbanization)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시의 편리하고 화려한 불빛 속에서 영적·사회적 어둠은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환경오염, 교통체증, 주택문제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물질주의, 세속화로 인해서 상대적 빈곤감, 자살, 매춘, 이혼, 지나친 경쟁, 중독, 탐욕적인 상업주의, 세속적 성공 주의 등으로 길을 잃고 헤매는 영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 교회를 통해 성육하시고, 세상을 만나시고, 이 어두운 세상을 향해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다”(요 14:6)고 외치십니다.
진정한 목회의 길은 십자가 위에 달리시고 부활 승리하신 예수님께 있습니다. 외적인 화려한 성공보다 그저 성령 안에서 길을 잃지 않는 목회를 했으면 합니다. 행복하고 후회 없는 목회는 길 되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주님의 목회 방향과 삶의 방식을 굳게 지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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